[기자칼럼] “이해와 관용으로 발전하는 위대한 나라 만들어야”
대한민국 국기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하나가되어 어우러져 있다.
노익희 | 입력 : 2022/06/03 [18:25]
(노익희 기자)
거리마다 선거운동으로 거리가 시끌법석하고, 이기기 위해 음모와 선악을 넘어서 승패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선거가 끝났다. 요란했던 선거로고송도, 운동원들의 신나는 율동과 90도 허리 굽힌 인사도 없어졌다.
자신만이 대안이라며 지난 과거는 암흑처럼 표현했던 후보들간의 네거티브도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승자들의 축하와 패자에게는 이해와 관용을 펼치는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지도력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는 총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 힘이 12곳, 더불어민주당이 5곳에서 승리했다. 특히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 힘이 25곳 중 17곳에서 이겼다. 4년 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4곳을 독식했던 결과와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모든 이들은 선거 결과를 보면서 근대 역사학의 확립자 랑케의 말을 떠올렸다. "과거가 본래 어떠한 상태에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을 그 지상과제로 삼고 오직 사실로 역사적 진실을 써야 한다"고 정의했다.
승자에게는 축하와 패자에게는 관용과 이해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야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 금세기에 크로체나 콜링우드는 "아무리 먼 시대의 역사라고 할지라도 역사가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요구 및 현재의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현재의 결과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현자들의 가르침이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E.H.카는 중심을 과거에 두는 역사관과 중심을 현재에 두는 역사관의 중간 입장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 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었다. / 글 노익희 국장
카의 말대로 현재와 과거의 결과를 통해 그 것을 기반으로 더 크고 넓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선거를 끝내고 공천 휴유증과 비방과 정쟁으로 상처받은 후보들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정치하는 이들에게 역사의식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올바른 인재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양한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성숙한 인간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 더욱이 서로 부단히 대화하고 끊임없이 도량으로 상호 작용해야만 한다. 과거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승자로 인정됐고 나라는 흥했다.
7개국의 크고 작은 나라가 서로 패권을 다투던 중국의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이룩한 나라는 진(秦)나라였지만 진나라는 원래 7개국 중 약소국에 속했었다. 이러한 진나라가 강대국을 물리치고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원인 중 출신국을 따지지 않는 인재등용 정책도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진나라도 처음부터 타국 출신의 인재들에게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왕족과 대신들이 타국 출신 관리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후에 진나라 승상(丞相)이 된 이사도 초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추방될 인물 명단에 들어 있었다. 추방될 위기에 처한 이사는 추방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
상소의 내용중에 '태산은 작은 흙덩이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클 수 있고, 큰물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조차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크고 강성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을 따져 인재를 가려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진왕은 이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파격적으로 그를 승상에 임명했고 이후 많은 인재들이 진나라로 모여들었다. 역사는 진나라가 이때부터 강성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진나라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데는 인재가 초석이 됐을 것이다.
필자는 기자로 일하면서 도량과 아량이 넓고 깊은 사람들이라 여겼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만 공존하고 성취하려는 이들을 보면서 많이 놀랐었다.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어 보이는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도량 없이 세상을 사는 것으로만 보였다. 선거를 끝내고 많은 이들이 상실감에 빠져 있고, 역사의식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입신양명만을 위해 달렸던 이들에게서 과연 도량을 찾을 수 있을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線)'의 역사 속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고사를 남긴 영웅 한신의 도량을 가진 이들을 기다린다. 불우하던 젊은 시절 시비를 걸어오는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기어나갔다는 그가 초나라 왕이 되어 금의환향 했을 때 그 무뢰배를 측근 관리로 임명했다. 한신 역시 불우한 시절 비슷한 모욕을 당한 일이 많아 그들을 안심시키고 적으로 돌아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훗날 한신은 고향으로 돌아와 "나는 그 무뢰배를 죽일 수 있었지만 그런 철없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죽일 수는 없었다. 내가 그의 죄를 용서한 이상 그의 기백을 살리지 않을 수 없어 관리로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같은 도량을 가진 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조용히 바라봐야 한다. '사소한 잘못을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것이 도량'이라고 가르쳤던 순자(荀子)같은 지도자들이 불을 일으키듯 나와야 한다.
선거가 끝난 후가 중요하다. 여야를 구분하지 말고 모두가 하나 돼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작금이다.
앞으로 반대(反對)를 위한 반대를 하고, 선(善)과 악(惡)을 구분 안하는 선거전의 모습은 끝내고 이해와 관용으로 발전하는 위대한 나라가 만들어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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